“성경은 씹어 삼켜야 한다” – 말씀을 살아낸 설교자 안토니오
성 안토니오를 기적의 성인으로만 기억하기에는, 그의 삶 안에 너무도 깊은 ‘말씀의 영성’이 살아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성경을 많이 읽는 사람도, 지식으로 설명만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말씀을 연구했고, 삶으로 실천했고, 설교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성경의 사람이었습니다.
오늘은 성 안토니오가 어떤 말씀 선포자였는지, 왜 교회가 그를 “복음의 박사”라 불렀는지, 그리고 말씀을 살아내는 신앙이 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지 함께 살펴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인정을 받은 설교자
초기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학문을 지양하고 오직 단순한 삶, 복음적 가난에 집중하던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성 안토니오는 젊은 시절부터 아우구스티노회에서 철저한 철학과 신학 교육을 받았고, 그 지식을 기도와 복음의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그의 재능과 영성은 곧 프란치스코 성인에게까지 전해졌고, 성 프란치스코는 그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형제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되 겸손과 정결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며 가르침을 허락합니다.
이는 프란치스코회 역사상 아주 이례적인 일로, 성 안토니오가 지성과 영성, 말씀과 삶 사이의 균형을 이루었던 인물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성경은 씹어 삼켜야 합니다” – 그가 남긴 말씀의 영성
성 안토니오는 설교 중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경을 씹지도 않고 삼키려 하는 이들은 진리를 체화하지 못합니다. 말씀은 입으로 전하기 전에 마음에 새겨야 하며, 삶으로 살아내야 합니다.”
이 고백은 성인의 설교 철학을 정확하게 드러냅니다. 말씀은 그저 암기하고 인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마치 음식처럼 ‘씹고’, ‘삼키고’, ‘소화’하여 자신의 피와 살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인의 설교가 힘을 가졌던 이유는, 그가 말하는 ‘성경’이 문자로만 머무르지 않고, 기도와 고통, 삶 속에서 걸러진 체험으로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설교는 사람들의 마음을 회개로 이끌었다
성 안토니오가 설교할 때마다 수천 명이 모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서 단순한 가르침이 아닌 영혼을 찌르는 진실과 사랑을 느꼈고, 많은 이들이 그의 설교를 통해 눈물을 흘리고 고백 성사로 나아갔다고 합니다.
그는 성경을 학문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그 말씀이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여야 하는지를 선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하느님의 마음, 불의를 보고도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정의, 그리고 우리 각자가 회개하고 새로워져야 한다는 긴급한 초대를 설교 안에 담아냈습니다.
말씀과 삶이 일치된 사람
많은 설교자들이 “사랑하십시오”, “나누십시오”, “용서하십시오”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그 말씀과는 먼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 안토니오는 자신이 선포한 복음을 철저하게 자신 안에 실천했던 사*이었습니다. 그는 평생 가난을 선택했고, 약자의 편에 섰으며, 세상 권력 앞에서도 복음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말이 살아 있는 말씀이었고, 삶에서 나온 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왜 그를 ‘복음의 박사’라 불렀을까?
성 안토니오는 1946년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교회 박사(Doctor of the Church)’로 선포되었습니다. 이는 단지 그가 훌륭한 설교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가르침이 시대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으며, 오늘날 교회와 신자들에게도 깊은 통찰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그는 ‘복음의 박사(Doctor Evangelicus)’라는 칭호를 부여받으며, 성경을 가장 깊이 품고 살았던 성인 중 한 사람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그의 설교집과 강론 노트는 지금도 수도자들의 영적 독서, 신학생들의 설교 연구 자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게 말씀을 살아낼 수 있을까?
성 안토니오의 삶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입니다.
“말씀은 책에만 머물러선 안 됩니다. 삶에서 체험되고, 기도로 곱씹고, 사랑으로 실천될 때 비로소 살아납니다.”
오늘도 우리는 미사에서 복음을 듣고, 묵상 중 말씀을 마주하지만, 그 말씀을 ‘씹고’, ‘삼키고’, ‘내 안에 머물게 하려는 노력’ 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 안토니오가 설교한 그 복음은 지금도 동일한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 말씀은 당신의 오늘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당신의 삶 속에, 그 말씀을 살아낼 준비가 되어 있으신가요?
다음 편 예고 – 기적은 말씀이 흘러나온 증거입니다
성 안토니오가 남긴 설교는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하느님의 기적을 동반했습니다. 다음 4편에서는 성인이 일으킨 수많은 기적 가운데, 특히 사람들의 회개, 죽은 아이의 회생, 잃어버린 물건의 기적 등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전승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