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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깊은 곳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여정 – 『아빌라의 성녀: 영혼의 성』 책 추천

by 홀리몰리홀리 2025. 7. 3.

하느님과의 만남은 단지 미사나 기도시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은총의 사건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영혼의 성』은 내면의 성소를 향해 걸어가는 여정을 안내해주는 매우 특별한 영적 안내서입니다. 이 책은 제가 신앙생활을 하며 존경하는 선생님께 추천받은 책이기도 합니다. 평소 제가 묵상과 관상기도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아신 선생님께서, “하느님과의 친밀함을 더 깊이 체험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말씀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곧 깨달았습니다.

 

 

아빌라 성당

 

아빌라의 성녀는 누구인가요?

성녀 데레사(1515–1582)는 스페인의 수도자이자 교회 학자로, ‘관상기도의 교사’로 불릴 만큼 깊은 영적 체험과 가르침을 남긴 인물입니다. 그녀는 카르멜 수도회의 개혁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며, 자신의 기도 체험을 바탕으로 ‘영혼 안에 존재하는 하느님의 거처’를 탐색하는 여정을 『영혼의 성』이라는 책 안에 녹여냈습니다. 단순히 수도자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하느님을 더 깊이 알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내면의 여행 지도와도 같은 책입니다.

 

책의 핵심 주제 – ‘영혼 안의 성’ 구조

『영혼의 성』은 인간의 영혼을 하나의 아름답고 신비한 성(城)으로 비유합니다. 이 성 안에는 중심에 있는 ‘가장 깊고 밝은 방’, 즉 하느님께서 친히 머무시는 거처가 있으며, 우리는 점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야만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은 이 여정을 일곱 개의 ‘내실(내방)’로 구분합니다:

  • 1~3번째 내실: 하느님을 찾아가는 초기 단계. 회개, 유혹과의 싸움, 기도의 습관화
  • 4~5번째 내실: 마음의 침묵과 순수성 안에서 하느님께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단계
  • 6~7번째 내실: 완전한 내면의 통합과 하느님과의 일치. 관상기도의 절정

이 구조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실제 관상기도를 체험한 이가 경험하는 영적 흐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놀라운 도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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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특별한 이유 – ‘기도를 삶으로 안내하다’

1. 기도가 이론이 아니라 ‘살아 있는 체험’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은 형식적인 교리서가 아니라, 성녀 데레사의 실제 기도 체험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겪은 내면의 변화를 담은 고백록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느낀 기쁨뿐 아니라, 유혹, 혼란, 고통까지도 솔직하게 나누며 영혼이 겪는 현실적인 여정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관상기도를 하고 있거나, 하느님과 깊은 관계를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큰 위로가 됩니다.

2. 독자 스스로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들이 가득합니다

성녀 데레사는 설명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는가?”, “당신은 기도를 삶으로 살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우리가 형식적으로 기도하는 데서 머물지 않도록, 기도를 ‘살아내는 삶’으로 이어가도록 도와줍니다.

3. 말씀, 성사, 일상 안에서 ‘기도하는 삶’을 재발견하게 합니다

『영혼의 성』은 기도를 하느님과 만나는 특별한 시간으로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세례를 통해 이미 하느님의 거처가 되었다는 사실, 그 안에서 우리가 하느님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깊이 인식하게 합니다. 즉, “나의 존재 전체가 하느님과의 만남의 장소”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나요?

  • 기도 생활이 단조롭거나, 더 깊은 차원을 갈망하는 분
  • 관상기도(묵상기도 그 이후의 기도)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분
  •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더 확고히 하고 싶은 분 - 피정, 성체조배, 말씀 묵상을 실천하면서 내면의 영적 진보를 원하는 분
  • 영적 독서를 시작하고 싶은데, 너무 이론적이기보다 체험적인 내용을 찾는 분

 

『영혼의 성』은 초보자에게 결코 ‘쉬운 책’은 아니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깊고도 살아 있습니다. 느리게, 묵상하듯, 기도하듯 읽는다면 그 깊이는 오히려 큰 은총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하느님은 나의 중심에 계십니다

우리는 바깥에서 하느님을 찾기 위해 수없이 분주해지지만, 사실 하느님은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 항상 함께 계시는 분입니다. 『영혼의 성』은 그 길을 되짚어 주는 지도이며, 기도를 통해 내 존재의 중심으로 향하게 하는 나침반과도 같은 책입니다. 기도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삶’으로 옮겨가길 바라는 분들에게, 이 책은 평생 곁에 두고 천천히 읽어야 할 영적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